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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 ||
[THE ARTIST 매거진=윤서인] 밤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평일 오후와 대비되는 수요일 밤의 한적함. 많은 인파에 정신이 팔려 미처 알지 못했던 회랑의 거대함.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시큼하면서도 은은한 박물관 특유의 향기.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서 남산을 등지고, 거울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용산으로 이전한지는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10년 동안 여러 이야기들을 담아내었고 앞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낼 이 공간. 둥그런 로비를 지나 ‘역사의 길’ 초입에 서는 순간, 과거 선인들의 서사와 우리들의 서사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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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중앙 회랑 ‘역사의 길’ | ||
오랜 시간 두텁게 쌓인 서사들을 모아놓은 이 공간. 같으면서도 다른, 시대를 뛰어넘어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역사의 길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동안 좌우에서 전시실들이 빼꼼히 입구를 열고 말을 걸어온다. 동관 상설전시실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전시실 내부에 전시 중인 유물만 해도 12,000점이 넘고, 수장고에 잠자고 있는 유물들까지 고려한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사람들이 막연히 떠올리는 보통명사 ‘박물관’의 규모를 뛰어넘는다. 루브르를 구석구석 돌아보기 위해 꼬박 4박 5일이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국립중앙박물관도 그에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인 즉, 짧은 야간개장 시간동안 모든 전시실을 둘러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야간개장시간에 둘러보기 좋은 전시실을 찾았다. 어둠이 하늘을 덮어 한적한 야경을 만들어내는 시간, 중앙박물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전시실이 몇 군데 있는데, 회화실과 불교조각실이 바로 그곳이다. 2층에 위치한 회화실은 차분한 조명 때문에 다른 전시실에 비해 전반적으로 어둑어둑하다. 지류의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아주 약한 조도의 조명만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은은한 조명과 당대 사람들이 그림에 담아내었던 정서는 묘한 뒤섞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려는 불교조각실은 회화실 바로 위 3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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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 제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 ||
박물관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불교조각실에는 내밀하지만 따뜻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평면의 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입체감의 조형미술, 이런 시각언어들에서 우리는 당대 사람들이 주고 받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 그네들이 횃불을 들고 불상을 마주 했을 때, 양각과 음각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일렁이는 빛의 리듬에 따라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불상의 신성(神聖)을 오롯이 느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전시실 내부에서 중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불쾌한 중압감은 아니다. 대웅전에서 마주하는 그것과 비슷하지만서도, 전시실 내부의 분위기는 절에서 예불을 드릴 때 마주하는 분위기와는 또 사뭇 다르다. 그것은 이곳이 다만 신성을 느끼기 위한 사원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신(神)의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 떠올린 형상, 그 바탕에는 인간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을 빚어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이 신성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시간을 거슬러 마주할 수 있다.
조각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특징들이 있다. 어떤 상은 친숙한 질감과 재료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고 어떤 상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떤 상은 작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반면 어떤 상은 거대하고 투박하며 거칠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와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교조각실은 그렇게 차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안고 내일도 관람객들을 맞아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