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송현진] 나는 일본 영화를 즐겨 본다. 친구들은 오타쿠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화를 좋아해서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새로 나오거나 재미있는 영화라면 국적 상관없이 보는 건데 왜‘일본 영화를 즐겨 본다’고 해서 오타쿠로 불리는 걸까.
일본 영화가 뭘까. 그렇다면 한국 영화는 뭘까. 각국의 영화마다 특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인도영화는 장르 상관없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꼭 주인공이고 악역이고 모두 나와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처음엔 참 적응 안됐지만 지금은 없으면 서운하다.). 한국 영화의 특징이라면 감동을 좀 더 요구하는 것? 관객들은 이미 슬픈데 거기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더 뽑아내기 위한 장면을 하나 더 넣어 ‘질질 끈다’란 평가를 듣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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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 중에서 | ||
일본 영화의 특징이라면 ‘병맛’코드를 들 수 있겠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도 ‘도대체 이 영화는 뭘까’라는 의문점을 지울 수 없는 영화가 꽤 된다. 나름 마니아층이 있는 걸로 아는 <불량공주 모모코>는 그 영화를 위해 들였던 내 시간과 간식이 아까울 정도였다. 몇 달 전에 보았던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던 빵집 딸의 체험기를 그린 제목도 기억 안 나는 영화는 내 최악의 영화 중 하나였다. 일본의 모든 영화가 이렇다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니다. 일본도 나름대로 영화계에서는 인정받는 작품들이 있다. 작품성과 음악까지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 받은 <냉정과 열정 사이>, “오겡끼데스까”의 <러브레터>, 게다가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있지 않은가. 또한 병맛 영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무려 제임스 프랭코와 엠마왓슨이 나온 <디스이즈디엔드>는 어안이 벙벙했었고, 당시 핫한 커플 이동건-한지혜 주연의 <B형 남자친구> 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다. 그런데 이런 영화는 정말 마니아들이 있다. 평론가 허지웅도 병맛 코드는 중독성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고, 나 역시 내 입맛에 맞춰 다른 특징에 끌려 일본 영화를 즐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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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해피해피브레드> 중에서 | ||
일본 영화나 드라마나 그들은 ‘따뜻함’에 포커스를 둔 듯하다.(그저 일본인들의 소박한 일상이 자연스레 연출 안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지만.) 방금 말한 다른 특징이 이것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미국, 일본, 한국 드라마의 차이점을 분석해본 글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의학드라마의 경우, 미국의 드라마는 환자를 치료하고, 일본은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한국은 병원에서 연애를 한다고 했다. 수사드라마의 경우도 미국은 범인을 잡으려고 수사를 하고, 일본은 교훈을 주고, 한국은 연애를 한다고 했는데 참 공감 간다. 그 교훈 때문에 가끔은 질리고 뭔가 통쾌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도 개인의 취향으로 본다면 특이한 사항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자극적인 것보다 잔잔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일본 영화를 찾는 것이다.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의 경우, 대사보다도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더 많고 풍경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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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동경가족> 중에서 | ||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지만 그렇게 영화는 흘러가고 또 그것이 재미있다. 유명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아오이 유우 주연의 <동경가족>이나 줄거리조차 별거 없는 <행복한 사전> 역시 참 조용하지만 따라서 조용히 보게 된다. 하이틴 로맨스 <하나와 앨리스>나 네티즌의 사연을 영화화한 <전차남> 역시 사건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잔잔하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미생>은 공감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영화의 매력라고는 해도 가끔은 총 쏘는 소리보다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 찌개 끓이는 소리가 더 듣고 싶어질 때도 있고,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들과 가는 식당, 사무실의 모습, 퇴근 후의 모습들이 나의 일상과 오버랩 되면서 주는 느껴지는 시청감은 소소한 것이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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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행복한 사전> 중에서 | ||
그들 특유의 과도한 리액션과 거슬리는 연기력 때문에 일본 영화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오타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아기자기하고 잔잔한 감상을 느끼기엔 일본 영화처럼 매력적인 것도 없다. 편견 전에 한번 보는 것을 권해본다.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 속에 푹 빠져들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