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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영화와 사랑에 빠질 때_우디 알랜의 미드나잇 인 파리

   
 

[THE ARTIST 매거진=정윤조] 영화는 예술의 한 장르로써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으며, 현재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예술 영화 등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 중, 변화의 한 일환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예술영화는 여타 할리우드식 상업 영화와는 달리 흥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예술“에 기반을 두고 스토리를 진행한다. 하지만, 주제의 한계성과 영화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예술영화는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마련이었으며 너무 도전적이라는 혹평을 받기 쉬웠다. 하지만 여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예술영화가 있다.

영화감독이자 배우,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를 겸하고 있는 우디 앨런(Woody Allen, 1935-)의 41번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는 예술영화 대중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예술의 도시, 파리의 모습을 색채감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우디 앨런 감독은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전형적인 파리의 예술적 감수성과 국적을 불문하고 파리라는 장소를 사랑했던 예술가들에 대한 존경과 동경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는 1920년대와 1890년대의 파리, 예술의 황금시대를 풍미하였던 저명한 여러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길은 두 차례에 걸친 시간여행을 통해 소설가 스캇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Scott Fitzerald, Zelda Fitzerald)와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미술 비평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화가 피카소(Pablo Picasso),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흑인 혼혈 재즈 가수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 폴 고갱(Paul Gaugin), 그리고 에드가 드가(Edgar Degas) 등 시대를 대표하였던 역사적인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그 밖에도 모네(Claude Monet)의 대표작인 <수련>,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별이 빛나는 밤>, 로뎅(Auguste Rodin)의 <생각하는 사람>을 비롯하여 루브르 박물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그리고 베르사유 궁전과도 같은 시대를 넘어선 수많은 예술품들이 등장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예술을 이해하기 쉽게 하는데 기여한다.

영화는 파리의 풍경을 소리 없이 보여주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책에서만 보았던 유명한 예술가들을 서사적으로 나열함으로써 그들의 위대함과 예술가들을 향한 존경심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역할은 파리의 찬가를 부르짖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파리는 시각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예술에 조예가 깊은 도시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과거 예술에 꽃피웠던 파리를 동경하고 그 시대에 다시 돌아가고파 하는 노스탤지어에 휩싸이기도 한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 길이 속물적인 약혼녀와 함께하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1920년대의 파리를 동경하는 것처럼, 그리고 주인공이 시간여행으로 만난 1920년대의 아드리아나가 18세기 아름다운 시대 “벨 에포크“(Belle Epoque)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과거로 돌아가고파 하는 인간의 향수적 귀소 본능이 아니다. 대신, 감독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시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며 따라서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함으로써 구원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저명한 예술가들 역시 과거의 예술을 그리워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주인공은 1920년대의 파리를 그리워하고,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에서 만난 1920년대의 예술가들은 1890년대의 파리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1890년대의 거장들은 르네상스를 예술의 황금기라며 그리워한다. 이렇듯,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은 현재를 공허하다고 칭하며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에 돌아가고픈 향수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던 콜 포터의 “Let’s Do it (Let’s fall in love)”의 가사처럼, 영화는 지금 이 순간이 예술적 황금기라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복잡한 문제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을 구원하여 현재도 과거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어쩌면 1890년대의 파리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며 현실을 도피하려는 아드리아나에게 “우리가 여기에 머무르면 지금이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말이 우디 알랜 감독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현재를 사랑하라. 영화는 과거 여러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빌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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