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매거진=양지나 에디터]영화를 보다 문득 미술 작품에서 본 듯한 장면이나 의미가 생각 날 때가 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래 전 부터 이 두개의 분야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왔다. 영화 감독이나 미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써 같은 화두를 경험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나 미술작품이 공통적인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 줄까. 또 이런 화두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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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르베, 돌 깨는 사람들 | ||
설국열차와 쿠르베의 ‘드러내기’
왕권의 힘을 드러낸 신 고전주의나 로코코, 낭만주의를 넘어 거대한 왕권에 핍박을 받은 가난한 시민들의 모습이 그려진 사실주의가 태동한다. 사실주의의 태동에 가장 앞장선 화가 쿠르베는 그의 작품 ‘돌 깨는 사람들’을 화단에 내 놓으며 거센 반발을 샀다. 추악하고 암담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그의 작품은 ‘즐기며 보기 위한 그림’ 과는 전혀 상반되는 그림이기 때문이었다. 쿠르베의 그림에서 ‘재현’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감춰두려한 현실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그저 드러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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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설국열차 | ||
이와 같이 그저 드러냈을 뿐인데도 커다란 반발을 산 영화가 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이다. 열차라는 수평적인 공간에서 수직적인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 기차의 권력자들이 있는 앞칸,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이 있는 뒷칸. 뒷칸의 사람들은 앞 칸으로 돌진하여 혁명을 도모한다. 영화가 개봉 된 후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영화 전반에 깔린 사회 비판적 요소가 불편하다는 사람들과 현실을 잘 나타냈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드러냄, 재현의 힘이다. 그들이 보여준 현실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충분한 상징성을 가진 재현이기 때문에 사실주의가 태동한 그 때나, 설국열차가 개봉한 지금이나 이러한 반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재현할 것인가?시대가 감추어 둔 부분을 드러내기만 해도 우리는 현실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위와 같은 예시들 말고도 수 많은 영화와 미술은 서로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한다. 즉, 우리 사회에서 의논해야 할 주제들이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공유하고 있는 것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머리아픈 미술의 철학적 이야기나 대학생들이 꼭 배워야 하는 ‘인문학’ 따위들이 별게 아니고 바로 이런 것들이다.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 예술은 감사하게도 어렵게 풀어 놓은 줄글이나 듣도 보도 못한 철학자들의 이름들을 줄줄이 말해대지 않는다. 그냥 보고 느끼면 그게 인문학이고 철학이다. 이제 우리는 예술을 감상하며 철학과 인문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영화나 미술을 넘나들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