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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 과학과 예술의 만남 “인터스텔라”

   
△영화 인터스텔라

[디아티스트매거진=정윤조]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n, 1892.7.15~1940.9. 27)은 그의 책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통해 사진과 영상기술의 발달에 따른 예술의 본질적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대량 생산이라는 이름의 기술적 복제 속에서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분야가 개척됨으로써 예술작품이 본래부터 지녔던 진품성 즉, 아우라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예술의 제의적 가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영화라는 종합 예술의 등장은 그리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벤야민의 말을 인용하자면, 사진술과 같은 복제기술이 등장하면서 예술에는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복제 기술은 원작이 가진 시공간적 현존성을 파괴함으로써 복제품을 생산해 영화 예술의 발전에 기여하였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기술 복제가 예술이라는 영역 내에서 어둠만을 불러일으킨 존재일 뿐일까.

벤야민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예술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그는 복제 기술의 발달이 궁극적으로 예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주장한다. 비록 영화 산업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일환으로 스탈린과 히틀러 시대의 예술의 정치화에 기여했다고 알려졌지만, 현대인들에게 있어 복제 기술의 산물인 영화 산업은 새로운 예술의 영역으로 여겨지며 대중들에게 예술을 관람함과 동시에 영화가 담고 있는 시대와 사회상을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토록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 벤야민이 예견한 것과 같이 과학기술과 예술의 조화를 극명하게 표현한 영화가 있다. 이는 바로 얼마 전 국내에서 인기리에 막을 내린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이다. 시네21의 이혜리 기자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놀란 감독 특유의 예술성을 담고 있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당시, <인터스텔라>는 흔한 SF 영화가 아닌 새로운 종류의 예술 영화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분명 <인터스텔라>는 상업 영화이지만, 기존의 상업 영화가 보여주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예술성을 대중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터스텔라>는 SF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웜홀, 블랙홀, 행성 등의 모습을 시각적인 화면으로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과학과 예술의 서로 다른 영역적 조화를 이룩했다고 여겨질 수 있다.

흔히 여겨지는 예술 영화의 독자적은 특징과는 방향성을 달리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건드림과 동시에 시각적인 예술성을 결코 놓지 않았던 <인터스텔라>는 벤야민이 주장하던 기술 복제로 인한 예술성의 긍정화로 여겨질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인터스텔라>는 대중들에게 사회적이며 가족적인 메시지의 화두를 던지면서도 시각 예술이라는 영화의 특성을 감안해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화면을 대중들에게 선물한다. <인터스텔라>를 보면 결코, 과학 기술의 발전이 예술에 있어 어둠만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인터스텔라>는 영화에 삽입된 토마스 딜런의 시처럼 복제 기술로 인한 예술의 어둠에 저항하는 놀란 감독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사라져가는 빛에 대해 분노하라는 딜런의 문구처럼 <인터스텔라>는 과학 복제 기술의 지배 아래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예술성의 본질을 새로운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비록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예술영화의 탈을 쓴 상업영화일지라도, <인터스텔라>는 시각적인 예술성과 과학 영역의 조화를 이룩하였다는 점에서 벤야민이 꿈꾸었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예술의 변화에 걸맞은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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