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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love 로트렉과 수잔 발라동의 사랑이야기

   
▲ 르느아르가 그린 발라동

당신의 눈에는 각 그림 속 두 여자가 어떻게 보이는가. 한 여자는 예쁘고 밝다. 다른 여자는 투박하고 우울해 보인다. 두 그림이 같은 사람을 모델로 그려졌다면 쉽사리 납득이 가겠는가. 그렇다. 두 그림의 모델은 같은 사람이었다.  

 마리 끌레망띤 발라동.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와 파리로 이주한 후 돈을 벌기 위해 웨이트리스부터 곡예사, 가정부까지. 모두 그녀가 약 15세가 되기도 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고 하니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마리는 부상으로 인해 곡예를 할 수 없게 된다.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을 찾던 마리는 모델 일을 시작하고 많은 화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전혀 색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녀는 어리고 예뻤으며 포즈나 표정연기에 재능이 있었다. 거기다 특유의 분위기까지, 그녀는 매력적인 모델이 되기에 자질이 충분했다. 곧 인기 모델이 된 그녀는 많은 화가들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우리가 잘 아는 화가, 로트렉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다만 그는 마리가 새로운 이름으로 화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조금은 더 특별한 ‘사랑’이었다.

 마리는 로트렉을 만나기 전 르누아르와 만난 적이 있었다. 흰 피부와 풍만한 몸매를 아름답다 여겼던 르누아르는 마리에게 반했다. 그는 그녀를 모델로 많은 그림을 그렸고 그림 속 그녀는 마치 상류층 여인처럼 화려하고 밝았다. 그러나 그뿐, 르누아르의 마리는 진짜 마리의 내면을 담아내지 못했다. 천한 신분의 사생아로서 대도시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르누아르에게 있어 마리의 상처는 아름다운 그림을 망치는 티끌에 불과했다. 이에 상처 받은 마리는 결국 르누아르의 곁을 떠난다.

   
▲ 로트렉이 그린 수잔 발라동

르누아르를 떠난 마리는 로트렉을 만났다. ‘환락가의 화가’로 유명했던 로트렉은 귀족이었고 152cm, 단신의 장애인이었다. 장애로 인해 귀족들로부터 따돌림 받았던 그는 환락가의 매춘부, 악사들과 같은 상처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했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마리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리의 세상살이에 지친 초라한 모습과 상처를 깊이 이해했다. 마리에 대한 이해는 그림에 드러났다. 지금에 와서 보아도 그가 그린 마리는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우울하고 지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림 속 뒷모습에서는 한숨과 초라함마저 느껴진다.

 로트렉의 그림 속 마리는 더 이상 르누아르의 그녀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진짜 ‘마리의 내면’이었다. 로트렉은 마리에게 있어 ‘예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지치고 우울한 ‘진짜 나’를 들여다 봐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로트렉의 마리는 화려한 르누아르의 마리보다 더 지쳤지만 더 자유로워 보인다. 이렇게 당시 많은 화가들의 뮤즈였던 마리는 자신보다 작은 단신의 로트렉을 사랑하게 되었다.

   
▲ 수잔 발라동이 그린 수잔 발라동

사랑하는 로트렉의 영향이었을까. 마리는 그와 같은 화가를 꿈꾸며 몰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후 우연히 마리의 그림을 본 로트렉은 그녀가 그림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로트렉은 마리에게 에드가 드가를 소개해주고 그녀가 화가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다. 마리는 그들로부터 그림을 배우며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그녀가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게 되자 로트렉은 그녀의 개인전를 준비하고 ‘수잔’이라는 예명을 지어준다. 그렇게 마리는 당시 여성화가로선 거의 최초로 개인전을 열고 ‘수잔 발라동’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했다.

 이후 그녀는 로트렉에게 끈질기게 사랑고백을 하며 청혼하지만 강경한 독신주의자였던 그가 이를 받아주지 않자 그의 곁을 떠난다. 비록 헤어져야 했으나 그녀는 끝까지 로트렉이 지어준 수잔 발라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녀의 그림 중에는 내면을 담은 듯, 로트렉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자화상이나 가리는 것 없이 모델을 내보이는 느낌의 누드화가 많다. 이는 상류층 여성도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여성 화가로서는 파격적이고 과감한 작업들이었다. 

 로트렉을 만나기 전, 수잔 발라동은 거리를 헤매다 삶에 지친 모델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면에 관심 가져주는 그를 만나면서 다른 이를 사랑할 줄 아는 ‘여자’가 되었으며 자신을 그리던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가가 되었다. 그녀는 로트렉을 사랑 하면서도 자기 꿈을 찾을 줄 아는 당당하고 멋진 여성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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