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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에 산 60억짜리 그림, 전 주인이 돌려달라고 한다면?’

‘60만원에 산 60억짜리 그림, 전 주인이 돌려달라고 한다면?’

-당신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THE ARTIST 매거진=송지원 에디터]당신은 우연히 한 그림을 사게 되었다. 알려진 그림은 아니었으나 마음에 들었고 그림 주인이 제시한 금액인 60만원을 지불하고 그림을 샀다. 당신은 그림의 감정을 의뢰했고 감정 결과, 그 그림이 사실은 유명한 화가의 것이며 60억 상당의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또를 맞은 기분에 행복해하고 있던 당신! 그런데 전 주인이 나타나 자신이 그림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비싼 그림을 싸게 산 것이 아니냐며 이것은 사기이므로 그림을 돌려주거나 돈으로 배상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신은 그림을 돌려주어야 할까? 아니면 돈으로 보상해주어야 하나? 그도 아니면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까?

-60달러에 팔린 107만 2000달러짜리 그림은 누구의 것? Nelson vs. Rice

이는 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비슷한 사례를 보다 읽기 쉽도록 각색한 것이다. 이 사례는 Martin Johnson Heade의 작품을 중심으로 Marta Nelson이라는 사람의 재산관리인인 Kenneth Newman과 그림을 구매한 Carl Rice라는 사람간의 분쟁으로 인해 벌어진 재판이었다. Nelson이 사망한 후 Newman은 인디언 미술 감정가를 불러 재산 정리를 하고자 했다. 인디언 미술 감정사가 순수미술 작품에 대해서는 정확한 감정이 어려움을 알렸으나 돈 될 만한 순수 예술품이 없다고 판단한 Newman은 따로 감정사를 부르지 않았다.

이렇게 열리게 된 재산 공개판매에서 Rice는 60달러에 유화 두 점을 구매한다.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지만 관심이 많았던 Rice는 작품을 보다가 서명이 재평가 받는 작가인 Martin Johnson Heade의 서명과 비슷함을 발견하고 경매회사, 크리스티에 감정을 의뢰한다. 그 결과 그림은 크리스티로부터 진품임을 인정받고 107만 2000달러에 팔리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재산관리인 Newman은 쌍방착오와 불공정성을 근거로 들어 ‘계약무효화’를 주장하며 Rice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 사건의 중심이 되는 작품의 화가 Martin Johnson Heade(마틴 존슨 히드)미국국적의 화가로 풍경화나 꽃이 나오는 정물화 작품 작업을 많이 하였다.

-재판 결과, Rice는 그림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재판의 결과를 먼저 얘기하자면 Rice가 계약 무효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감정사의 능력부족을 알고도 무시한 채 고용했으므로 감정의 착오는 어느 정도 원고인 Newman이 위험 부담해야하는 부분이며 Rice가 가격흥정을 한 것도 아니고 제시한 가격대로 그림을 구입했을 뿐이므로 불공정하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Rice는 수수료를 제외한 약 911,780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A Magnolia on Red Velvet (붉은 벨벳 위의 목련) oil on canvas 1885-1895 Private collection
   
▲ Giant Magnolias on a Blue Velvet Cloth oil on canvas 1890
   
▲ Sailing by Moonlight oil on canvas 1860 Private collection

-예술계의 Blue Lake, 예술과 예술 관련 법.

현대에서 예술품은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돈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값비싼 거래나 투자의 대상처럼 기능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은 예술품을 더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증가한 것이 바로 위와 같은 사건들이다. 예술분야에서 이해관계에 얽힌 사건과 관련 재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적용 가능한 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늘어나는 사건들을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어 보인다. 해결을 위해서는 예술과 관련된 현실적이고 법적인 보호나 제재들이 더 필요하다. (현실적인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 예술과 예술에 관련된 법 분야는 블루오션은 아니더라도 예술계의 블루레이크(Blue Lake)는 되지 않을까 싶다. 생소하고 어렵지만 작가부터 투자자,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까지 예술과 관련되어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무시할 수 없고 알아두면 좋은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소한 예술에 생소한 법을 더했으니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법만 해도 그 판단 기준이 상당히 애매해 보이는데, 예술이라는 분야가 가지는 애매함은 법을 통한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사실 법 전문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복잡한 법조항 하나하나를 알고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라면 세세한 법조항보다는 다양한 판례를 보며 전체적인 느낌을 아는 것이 차라리 현명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 사건의 판례 위주로 예술과 예술에 관계된 법을 보다 쉽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ART & LAW 다음 편 예고
창작의 자유, ‘음란함’의 기준에 대하여.
‘비가 오는 날엔 나를 찾아와 밤을 새워 괴롭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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