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송주원의 <환.각(幻.刻)> | ||
[THE ARTIST 매거진=송지원 에디터]‘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을 주제로 한 학회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예술가도 역시 하나의 직업군일 뿐이다. 다만 예를 들자면 3D업종과 같이 다른 직업에 비해서 소득이 좀 적을 뿐이다. 국가나 민간에서는 예술분야가 열악하다며 예술가에 대한 지원을 해주려 하는데 별로 합리적이지 못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미술 전공자로서 실기작업을 하는 학생이 한 발언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 학생의 꿈이 ‘예술가’, ‘작가’였다고 하니 더 놀랄 일이다. 국가나 민간단체에서 순수예술 쪽에 가까운 작업을 주로 하는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을 빌려주거나 작업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들이 있고, 이런 지원이 조금씩 대중화되면서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런 지원이 그다지 합리적이거나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그 학생의 의견이었다. 이에 대하여 긴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위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위에서 말한바 그대로 예술가란 직업이 아무리 특수해보일지라도 결국 하나의 직업에 불과하고 그저 돈을 좀 못 버는 것뿐인데 왜 국가나 민간 차원에서 유난스럽게 예술분야의 발전에 대해서만 추가적인 지원들을 해주려 하느냐는 것이다. 얼핏 들었을 때에는 맞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분명 동의하는 사람이 있었고 또 이 글을 읽으며 동의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깊게 알고 보면 특징적이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겠냐마는 예술 분야는 더 그런 면이 있다. 예술은 작업 방식이나 환경적인 면에서부터 타 분야와는 다른 특징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그런 특징적인 부분들의 영향으로 오늘날 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예술이 인간의 삶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누군가는 예술이 없으면 진정 인간다운 삶이 아니니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우리가 생활 속의 모든 부분에서 이미 예술을 겪고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예술은 어느 정도 디자인적인 부분들을 포함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예술보다는 순수예술 작업을 통해 탄생하여 주로 소비를 필요로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관련된 예술의 개념에 더 가깝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술가가 하나의 직업이라면 특수한 경우들을 제외했을 때 그들은 작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로 하여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익을 창출하려면 공급에 상응하는 수요가 필요하다. 이는 쉽게 말하자면 누군가가 이들의 작업 결과물인 예술품을 필요로 하고 소비해주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예술은 인간의 삶에 있어 의식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본적인 수요 자체가 다른 분야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고 경기라도 어려워지면 그 소비가 상당히 감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 당장 경제가 어려워서 한 달 생활비가 빠듯한데 쌀 대신 예술품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예술품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이야기는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한 예술시장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하다못해 비교대상이 되었던 저소득의 3D업종은 대체로 필수적인 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래도 수요는 지속적인 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예술계는 그렇지도 못하다. 이처럼 일반 대중까지 대상으로 하는 예술시장은 이런 특징으로 인해 애초에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도 부족하고 그 수요량의 변화폭도 매우 일정하지 못하다. 필수적이지 않아도 사회구성원이 성향이나 여러 이유에 의해 선택했기 때문에 생겨나게 된 직업군이다. 사회, 국가라는 집단은 구성원인 이들의 기본적인 삶이나 권리를 보호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국가나 단체는 특징적인 부분 때문에 수요가 지나치게 부족해질 수 있는 예술분야에 대해 적절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예술이 필수적이지는 않아도 인간의 삶을, 특히 정신적인 영역을 풍부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한참 인기를 끌었던 ‘힐링’ 등의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인의 삶에 있어 정신적 풍요는 중요한 요소이다. 때문에 현대인의 삶에 있어 예술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예술 분야와는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사실은 위와 같은 흐름에 힘입어 생활 곳곳으로 들어온 예술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예술가들에 대한 보호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들이 기본적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로 인해 기존의 예술의 영역이 줄어들거나 거의 멸종되기에 이른다면 거기에서 파생되어오던 이런 사회 공헌적인 기능이나 긍정적인 영향들 또한 계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예술은 작업량에 대한 명확한 계산이나 수치화가 어렵고 창작에 드는 시간, 재료, 비용 등을 명확하게 따지기도 다소 어려운 분야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직업들과 작업 방식, 조건이나 상황 등 그 성격 자체가 상이한 예술을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는 것이야말로 비합리적이지 않을까.
노동부 등에서 노동자,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한 조항들이 있다. 이런 조항들은 대부분이 회사원과 같은 형태로 일하는 일반적 직업군에 더 적합하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작업 조건, 방식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예술작업에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현재의 여러 보호, 지원의 방식은 예술분야에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술가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가차원의 지원은 오히려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술 분야는 타 분야와는 다른, 자기 분야의 특징에 적절한 방식의 보호와 지원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추가적인 국가나 민간의 지원을 더 필요로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이유들에 근거했을 때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고 그 방식은 예술분야에 적절한 방식으로 변화해나가야 한다. 다만 부적격자에 대한 지원으로 인한 예산 오남용 등 관련된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한 예술분야 특유의 모호함이라는 특징으로 인해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므로 우려가 나올 만한 부분이다. 때문에 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은 지속하되 보다 공정하고 명확한 자격심사를 시행하는 등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