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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영화관, 오긴 오겠지해서 옥인상영관

박초롱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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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인상영관 운영자

[디아티스트매거진=박초롱] 돈 안 벌리는 취미를 가질 때마다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쓸모’에 대한 고민이었다. 한 친구는 나의 취미에 대해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쓸데없는 짓’이라 칭하기도 했으니(본인은 칭찬이라고 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뿐만이 가지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과연 딴짓이 나의 개인적(이차 사치스러운) 취미활동 외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하던 고민이 쓸모란 것은 어쩌면 이 시대의 강박이 아닌가하며 안드로메다로 향할 즈음 옥인상영관을 만났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적극적인 딴.짓.
 

【오긴오겠지해서 옥인상영관】

옥인상영관은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독립영화전문 상영관이다. ‘오긴 오겠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친구 넷이 아지트로 삼던 옥인동의 빈 주택을 직접 개조하여 만든 이 곳은 2013년부터 비주류·독립영화전문 상영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상영작 <나프탈렌>에 이어 단편영화기획전 <옥인오겠지> , <보통사람-평범한 영화제>, 러시아 단편영화제 <이놈스키 저놈스키>, <예술가의 런치박스> ,<좋았다니 다시 한 번>, <해동후가열> 등의 이름을 걸고 만 이년이 넘도록 상영을 계속하고 있다.

   
▲ 옥인상영관 운영자들

【인터뷰 시작부터 낮술이라니】

옥인상영관을 찾아갈 때 김종우 대표에게 거의 열통의 전화를 걸었다.(나를 집착하는 전 여친쯤으로 여겼을지도 모를일이다.) 네비게이션은 계속해서 도착지라고 하는데 영화관은 도통 눈에 띄질 않았다. 서촌의 끝자락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옥인상영관을 자그마한 간판을 통해 겨우 찾아갔을 때 비밀의 정원을 찾은 것처럼 절로 감탄이 나왔다. 넓은 정원은 총총히 걸을 수 있는 돌다리를 통해 붉은 벽돌의 이층집으로 이어졌다. 마당의 흔들의자와 의자 위에 다소곳하게 놓인 두 대의 기타가 잘 어울렸다. 일층에는 열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프로젝터가 갖춰진 상영관이 있고 한 쪽에는 수백편의 비디오가 전시되어 있다. 메인룸에는 간단히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냉장고와 이제까지의 옥인영화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팜플렛들이 있다. 이층은 집주인이 살고 있어 일층만 운영하고 있는데 작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공간이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어느 남녀와 술을 마시던 김종우 대표는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맞이하듯 나를 맞았다. 그와 방문객 A, 방문객 A의 친구 B는 이미 소주 두 병과 맥주 피쳐 세 병을 비우고 있었다.무려 오후 세시였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술 잔 하나와 젓가락 한 벌을 받았다. 이 정도면 열렬한 환호의 표시지 싶었다. 아래 인터뷰는 맨정신 반과 이슬 정신 반으로 한 취재를 바탕으로 했다. 어디까지가 술기운으로 한 이야기인지는 독자가 판단하기 나름이다.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모두를 위한 아지트로】

Q1. 옥인상영관을 소개해주세요.

A1. 옥인상영관은 비영리 독립 영화관이에요. 종로구 옥인동이라서 이름을 “옥인상영관”으로 지었어요. 만들면서 그래도 누구라도 ‘오긴 오겠지’하는 마음에 지은 것도 있어요. 영화는 주로 독립영화나 비주류 영화를 트는데 매 번 어떤 걸 상영할지는 같이 운영하는 사람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해요. 영화만 상영하는 것은 아니고 라운지에서 파티를 하기도 하고 영화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하기도 해요. 가정집이라서 상영관이 크지는 않지만 오는 관객분들은 충분히 수용가능해요. 비디오실과 전시 공간도 가지고 있어요.

   
▲ 옥인상영관 입구 전경

Q2. 운영을 자유롭게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운영하고 계시나요.

A2. 주말에만 운영해요. 상영은 오후 한시에서 시작해서 여섯시까지 하구요. 먹거리 가져와서 드시면서 영화보서도 돼요. 겨울에는 추우니까 쉬어요. (추우니까 쉰다구요?) 난방이 안 돼서 추워서 못 봐요. 전기랑 물도 끌어오긴 했는데 콘센트 두 개 이상 꼽으면 퓨즈 나가구요.  물도 겨울되면 얼어서 터져요. 운영하는 사람 중심이에요.

하루에 한 두 명만 오는 날도 있구요. 스무명 넘게 단체로 오시는 날도 있어요. 아예 아무도 안 오던 날도 있었어요. 그래도 술 마시러는 꼭 오더라구요. 와서 영화는 안 보고 정원에서 술 먹고 놀고 하다 가는 사람도 많아요. 모두를 위한 아지트가 된 느낌이에요.

   
▲ 옥인상영관 내부 비디오 전시실

Q3. 옥인상영관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3. 2013년 3월부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동창 5명이 모여서요. 경북고등학교 동창 3명과 한성고등학교 2명이요. 원래부터 친구였죠. 매일 모여서 술 먹고 노니까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이왕 들어갈 술 값, 바보처럼 쓰지 말고 재밌게 써보자 하고 만들게 된 거에요. 재개발을 기다리면서 비어있던 친구집을 아지트처럼 활용하다가 만들게 되었어요.

   
 

Q4. 그럼 처음부터 영화관을 만들 생각으로 하신건 아니에요?

A4. 그렇죠. 뭘 할까 생각하다가 음악이나 조각은 전시 공간이 많은데 영화는 상영해주는 곳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만들고보니 처음 취지보다 사람들이 더 좋게 봐주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같아요.

Q4_1. 꼭 영화여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었던 거네요?

A4_1. 글쎄요. 이런 일이 있기는 했었어요. 전에 낮술이라는 영화를 보고 친구들하고 낮술을 마시는데 그 여주인공을 만났어요. 제가 그 영화 봤다고 이야기하니까 굉장히 고마워하는거에요. 그런데 그런 영화를 상영할만한 공간이 없었어요. 어디서 그걸 봤냐고 신기해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영화 상연관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영화가 다른 예술보다 확실히 전달 통로가 약하니까요.

   
▲ 옥인상영관 관련 콘텐츠 전시

【입장료는 내도 그만, 안 내도 그만.】

Q5. 운영진은 무엇을 하는 분들인가요? 직업이 따로 있는지 궁금해요.

A5. 다섯명 친구는 각자 다 생업이 있어요. 저는 조각을 해요. 생계유지는 인테리어나 상업미술로 하고 있어요. 전시회도 가끔 열고요. 나머지 친구들은 에스콰이어의 잡지편집자, 한샘 가구회사 인사담당, 세브란스 병원설비담당자에요. 요리공부하는 친구도 있구요. 이 친구는 원래 디자인을 했었는데 회사를 나와서 요리를 배우고 있어요. 전공은 다 달라요. 결혼한 친구도 있고 아닌 친구들도 있어요. 결혼한 친구 같은 경우에는 아내가 이 일을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죠. 제일 중요한 분은 김도균님. (누구시죠?) 집주인이요.

Q6. 수익이 없는데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설립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았나요?

A6. 딱히 운영비라고 들만한 게 없어요. 입장료는 5천원인데 받아서 음료 드리고 공과금 내고 해요. 현금 있으면 받고 없으면 안 주셔도 돼요. 간식이나 술로 대신 줄 때도 있구요. 그냥 돈을 낸다는 행위 자체가 영화를 끝까지 보는 책임감을 주는 것 같아서 하고 있어요. 만드는 데는 총 200만원 정도 밖에 안 들었어요. 각자 전공을 살려서 공간을 같이 만든거거든요. 바닥은 제가 직접 공사했어요. 제일 돈이 많이 들었던건 80만원들여서 프로젝트 산거요. 중고로요. 처음엔 쓰레기만 두 트럭 넘게 나왔어요.

Q7. 이 일을 하며 보람이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A7. 독립영화감독들이 찾아올 때요. 큰 상영관은 아니지만 자기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한테는 작은 희망이 되는 것 같아요. 그만두려다가도 다시 할 수 있게 만드는 작은 힘 같은 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Q8. 옥인상영관 운영 외에도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는 없나요?

A8. 저는 없어요. 이런 일 하는거에는 가족들의 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경제적인 지원 같은거 말고 심적으로 응원해주는거요. 돌아갈 따듯한 곳이 있다는 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큰 힘이 되죠.

Q9. 옥인상영관처럼 전라도에도 가정집을 개조한 독립상영관이 생긴다던데요.

A10. 네, 망월상영관이요? 여기서 와서 보고 갔어요. 옥인상영관2라고 이름짓는다길래 뭐하러 그러냐 그냥 네 이름을 가져라 했더니 그 지역 이름을 따서 망월상영관이라고 지었나봐요. 망월동 참 좋아요. 잘되면 좋겠어요.

   
 

 옥인상영관은 친구들의 아지트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만큼 운영진들도 운영 자체를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본업이 모두 있는 상태에서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 딴짓인만큼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글쎄, 하고 싶을 때까지 아니면 재개발 돼서 방 빼줄때까지라며 웃었다.

   
 

친구들과 쓰던 아지트를 모두와 공유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옥인상영관이 독립영화제작자와 관람객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게 되었다.

인터뷰에 언급된 것처럼 옥인상영관에 이어 전국의 두 번째 주택개조 독립영화 상영관이 생겼다. 광주광역시 망월동에 생긴 ‘망월상영관’이다. 역시 매주 토,일요일 12시부터 6시까지 상영하는 비영리공간이다. 이런 딴짓이 많아져 언젠간 이들이 영화계의 ‘거대한’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옥인상영관 기본 정보】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47-17호

□ 홈페이지 : http://okintheatre.com

: https://ko-kr.facebook.com/okintheatre1

□ 이용시간 : 주말(토/일) 12시~17시

*겨울에는 (추우니까) 쉽니다.

□ 입장료 : 5천원

□ 기타 : 음식, 음료(주류) 반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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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롱
park_choron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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