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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박수인] 곰이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100일이 지난 후, 웅녀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환웅의 마음을 한 눈에 사로잡았던 걸 보면 웅녀의 매력은 굉장했으리라.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에서 2015년 10월 23일부터 2016년 3월 20일까지 150일간 기획전 ‘美人 아름다운 사람’이 전시 될 예정이다. 김기창, 이봉상, 정명자, 천경자 뿐만 아니라 르누아르, 피카소, 샤갈과 같은 화가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여자’의 단상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그림을 보는 관객으로서 아름다움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용기와 권력이 바로 우리를 환웅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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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덕용 [결-하루] | ||
전시는 계단에 걸린 사진으로 시작한다. 한 시대를 풍미 했던 미녀 배우들의 사진을 따라 올라가면 요즘 인기 있는 걸그룹들의 앨범과 사진이 보인다. 눈에 익은 여인들이 친근하고 반갑다. 그 다음 우리는 전통적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김덕용의 그림 [결-하루] 앞에 창호지문이 천장에 매달려있는데 이 틈 사이로 한복을 입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여인의 얼굴이 보인다. 저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부끄럽다. 관음의 짜릿함은 한층 더 그녀를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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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안 오디 [말린, 여학생] | ||
다음 구역은 피카소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샤갈로 끝을 낸다. 여인들은 우리의 인식 범위를 넘어선 다른 차원으로 형상화되어있다. 얼굴이 산산조각이 나 다시 조립된 모습이거나 줄리안 오디의 [말린, 여학생]과 같이 2차원에서의 만화적인 단순한 모습이다. 아름다움과 추함, 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이곳에서 ‘미’는 어쩌면 우리와 닮아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즉 그 바탕은 동질감에서 비롯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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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숙 [The Gift Series] | ||
이어지는 방은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은 인간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찬양해왔다. 김원숙은 [The Gift Series]에서 굵직한 선만으로 사랑을 나누는 한 연인의 그림이 여러 장에 걸쳐 그렸다. 재미있고 명쾌한 그림체가 제목 그대로 선물로는 딱 이다. 가리지 않는 그림, 누드화도 저 마다의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다. 벗은 뒷모습을, 혹은 가슴만을 드러내기도 하고, 또 어떤 여인은 자신의 벗은 몸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린 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시장에 설치 된 욕조와 커튼은 이 그림들을 더욱 감각적으로 만든다.
아름다움은 기억과 같다. 의존적이고 상대적이다. 무언가를 처음 했을 때의 감정은 쉽게 잊혀 지지 않듯이 뜻밖의 상황에서 마주하게 된 낯섦과 궁금함, 여러 가지를 통해서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각인된다. 창호지문과 욕조가 던지는 은밀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첫 인상을 확장시키고 다시 한 번 인지하게 되는 것 과 같다. 또한 아름다움은 느낌이다. 설명과 분석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그냥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몇 안 되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설명이 적혀있지 않다는 점은 ‘미’의 감상이라는 전시의 취지를 매우 잘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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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 용지 | ||
반면에 전시의 결론은 너무나도 진부하다. 연예인들의 사진이 또 다시 벽에 걸려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 시대 최고의 미인은 누구인가요?’ 라 묻는 투표용지에는 김태희, 전지현, 이영애와 같은 후보들만 적혀있을 뿐이다. 마지막 칸은 비어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앞 선 사진들과 이름들의 잔상에서 벗어나서 이 빈칸과 함께 환웅이 될 권리를 행사해보자. 김태희,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아니라 유관순, 아웅산 수지 혹은 우리 어머니의 이름을 적어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