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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치정> 리뷰 남산예술센터

   
연극 <치정> 포스터 (사진제공_남산예술센터)

[디아티스트매거진=정인태] 연극 <치정>은 그냥 보면 줄거리가 단번에 파악하기 힘든 연극이다. 여러 가지 사건이 뒤섞여있고, 중간에 어떻게 전환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왔다 갔다 하다가 ‘사건 발생 #일 전’이란 게 뜨면 ‘무슨 사건의 며칠 전이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기도 했던 복잡하게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배우들을 보며 굉장히 낯이 익었는데 찾아보니 작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조지 오웰의 <1984> 를 연극으로 했다고 하니 그제서야 봤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보기엔 <치정>에서 언급하는 여러 사건들의 주요 포인트는 여자와 춤과 폭력(살인을 포함한)이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약 15분간 밴드의 연주와 배우들의 사교댄스는 앞으로 진행될 연극에서 춤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지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절제된 춤사위, 특별할 것 없는 동작이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것이었고, 남녀가 함께 한 호흡으로 춤을 추는 것은 당시의 귀부인들에게 매력적이었을 것이었다. 보면서 영화 <인간중독>이 떠올랐다. 인간중독에서도 송승헌은 부하의 아내를 꼬시기 위해 춤을 배우지만 치정에선 춤 자체에 대한 매력을 상기시켜줘서 당시 남녀 모두에게 선풍적이었던 이유를 보여주었다. 여튼 그 중에서도 남자 배우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댄스를 췄는데 표정이 너무 코믹해서 재미있었다.  

    연극에서 언급되는 사건들인 자유부인에 대한 작가 정비석과 대학교수 황산덕의 논쟁, 춤으로 70명의 여자와 정사를 벌였던 박인수 사건, 여교생과 남학생 사이에서 벌어진 인천 제자 살인사건, 안산에서 중국인 쑨 씨가 연인관계로 지내던 정 씨를 살해하여 유기한 사건, 한 여자를 두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칼부림을 한 사건, 인터넷에서 알게 된 가상 연인의 배신으로 직접 찾아가 살해한 사건, 두목의 첩을 사랑한 타 조직의 신입?이 납치해서 전쟁이 일어난 사건들이 있었는데 (적어놓으니 정말 많다)..이 많은 사건들이 여자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중에는 여자의 잘못으로 인한 것도 있고, 여자의 행동과는 무관한 일들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천 제자 살인사건은 여자가 남자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생뚱맞은 느낌도 들기도 하지만 치정이란 큰 틀 안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넣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왜 인간은 서로 돕질 못하고 서로 사랑하면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 심지어 죽이고 죽을까? 굳이 종교적인 이야기를 꺼내자면 성경에선 인간인 아담에게 주어진 것은 첫 번째로 지구를 다스리는, 일종의 정치였고,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만남은 자신의 신체의 일부로 만들어진 여자인 하와와의 만남이었다. 인간 둘이 모여 한 일은 첫째로 신을 배신하였고, 둘째는 서로를 배신했다. 이들의 아들인 가인과 아벨. 성경에서 가인은 신에게 제사를 드리다가 아벨의 제사만 받아들여진 것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해 살인한 것으로 나오나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가인과 아벨에게 아내가 있었는데 가인이 원래 좋아하던 여인은 동생 아벨의 아내로 가게 되자 그 이후로 화를 품었던 것이 아닐까 기록하고 있다. 성경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리스 신화는 이보다도 더 한 남녀 간의 어지러운 사랑 이야기, 서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태초부터 여자로 인해, 여자를 두고 사랑과 전쟁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보면(아니 객관적으로 보면) 어리석고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들이면서 그만큼 뿌리 깊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이란 빠지는 순간 광기로 변하여서 무섭기도 하다.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친구로 지내면 몇 년, 몇 십 년을 함께 지낼 수도 있을 텐데 고백을 받으니 “너 우리 사이에 끝장을 보자는 거야?” 라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도중에 헤어진다면 좋게 헤어지든 안 좋게 헤어지든 두 사람의 관계가 끝장나버리는데 그럼에도 그 결단을 하고 만난다는 게 참 신기하다. 물론 만날 땐 영원할거라 약속하지만 나중에 안 좋은 면, 맞지 않는 면들을 보더라도 처음 끌렸던 것들을 기억하면서 좋은 점을 봐줄 순 없는 걸까? 좋은 사람이라 만났으면서 헤어질 땐 서로 나쁜 X가 되어버리고 미련 없이 쿨하게 헤어지자는 마인드가 아직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쿨하지 못해 벌어진 치정, 여러 폭행 살인 사건들이 범죄이기에 강력하게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이해가 간다. 인간이란 태초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형태로든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란 서로 배려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헤어질 때도 서로 ‘쿨해지자’ 라고 하기보다 서로 헤어질 때도 끝까지 배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어떻게 배려하면서 헤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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