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사람, 그림] 서세옥의 붓

최보람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彩筆描空共不染 (붓을 허공에 칠해 보아도 허공은 물들지 않고)

利刀割水水無痕 (칼을 휘둘러 물을 베어 보아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

   
▲ 산정(山丁) 서세옥

“화가가 알아야 할 초월의 미학은 저 절대의 소리를 귀로 듣지 않고 눈으로 듣는 것이 관음(觀音)이요, 저 절대의 향기를 코로 느끼지 않고 귀로 느껴야 하는 것이 문향(聞香)의 경지라는 것이다. 여기에 나의 붓끝이 닿으면 춤과 노래가 흥겹게 이루어질 것이다.”

수묵화가 산정(山丁) 서세옥은 전통 화단에서 왜색을 청산하고 문인화의 수묵화를 바탕으로 독자적 추상화를 구상하여 그것의 현대화를 이루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 세월이 무려 60년이 넘는다. 그는 젊은 시절 문인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문자는 각국을 넘나듬에 있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길진섭 선생의 소개로 근원 김용준 선생을 만나면서 부터 그의 글은 자연스레 그림으로 재탄생 되었다. 

개화파 독립운동가인 서장환(1970년 작고)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해방이 된 이후에도 ‘국전(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심사 위원에 ‘조선 미술전람회(선전)’에서 자리를 차지하던 친일 화가들이 장악하는 모습을 보고 왜색풍과 국전의 보수성에 반대하며 수묵에서의 청년 정신을 기치로 내건 ‘묵림회(墨林會)’를 탄생 시켰다. 그의 활동은 국전의 수상 작가가 반기를 들고 만든 사건이니 만큼 화단에 일어난 파장 또한 컸다. ‘묵림회’는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3년여 만에 해산 선언을 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충분히 취지는 알렸기에 목적을 이루었고 미술 운동도 오래되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 점의변주 1962 한지에 수묵 Ink on rice paper 166(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세옥은 대빗자루처럼 크고 긴 붓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닥종이 위에 서서 행위 예술 하듯 붓질을 한다. 건장한 남자가 10여 분만 해도 온몸에서 땀이 흐르는 고된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구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더니 “그림은 지필묵을 빌려 우주의 에너지를 내 손아귀에 잡아채는 일인데 힘이 없으면 되겠습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가시적인 대상의 노예 노릇은 하지 않는다. 

절대의 큰 바다에는 형태가 없으며 나는 때때로 대상을 초월한 무극(無極)의 의 공간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그곳에는 절대 해방과 절대 자유가 있다.”

   
▲ 사람들 1979 한지에 수묵 Ink on rice paper 68×8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그에게 왜 먹으로만 그림을 그리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그림’은 ‘그림자’의 줄임말이다. 그림자는 무엇이든 흉내 낸다. 따라서 모든 만유(萬有)는 그림자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데 사람 또한 예외가 아니므로 우리는 그림자가 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둠 속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둠 속에는 그림자가 없다. 때문에 화가는 항상 무대 아래의 어두운 곳에서 자기를 감추고 화려한 조명 속에 벌어지고 있는 그림자들의 향연을 지켜보아야 한다.”라고 답했다.

서세옥이 평생에 걸쳐 그리고 있는 주제는 사람이다. 작품 제목도 대부분 ‘사람’,’두 사람’,’춤추는 사람들’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이유는 본인이 사람이기에 사람이 가장 재미있고 궁금했기 때문이라 한다. 사람은 외톨이이기도 하고, 무리 지어 살기도 하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존재다. 사람의 모습은 각기 다르기에 한번 그린 사람의 형태는 반복되지 않는 것이 그의 작품 철학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 앞에서 우리는 홀로 있는 인간에게서는 삶의 무게를, 무리 지어 있는 모습 속에서는 얽혀있는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미 대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언제까지 그림을 그리려 하냐고 묻자 통일이 되는 날 남북이 함께 손잡고 춤추는 모습까지 그려야 되지 않겠냐며 웃음 지었다. 

   
▲ 사람 1980년대 닥종이에 수묵 86x7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사람들 1999 닥종이에 수묵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또한 그는 현대 미술가 서도호와 건축가 서을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들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었냐고 묻자 “해와 달은 뿌리가 없지만 늘 규칙적으로 한 길을 맴돈다.인간도 이를 닮았기에 탯줄을 자르고부터는 뿌리 없이 동서남북을 떠도는 존재”라 하며 아들과 자신의 예술관 또한 각자가 형성한 새로운 세계라 말했다.

알몸으로 거울 앞에 서서 때때로 진신(眞身)과 가상(假像)이 서로 만남을 본다. 

그것은 굼벵이가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듯 인생이 몇 번이나 탈바꿈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화가로 가는 길목에서 곱씹어 보는 화두이다.

서세옥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에 본인의 작품을 기증해 특별전을 개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중 3400점은 기증으로 수집된 작품이다. 이 중 한국화는 총 911점 소장되어 있는데 이것의 약 30%에 달하는 100점이 서세옥 작가가 지난해 기증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1950~2000년대까지 작가의 시기 별 대표작 100점을 소개하는 특별전으로 2016년 3월 6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그는“지금은 수입 물감이 넘쳐나고 컴퓨터가 수만 가지 색깔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작가들은 지필묵을 버렸어요. 편해졌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위기가 올 수 있어요. 용광로를 거치지 않으면 순정한 금이 나올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현대적 수묵화의 길을 개척한 그가 후세대에게 남기는 유산과도 같으므로 기증 작품의 개수가 가지는 의미, 그 이상이다.

   
▲ 두사람 2004 닥종이에 수묵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세옥에게 평생을 그려온 그림이란, 그것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더니 “망망대해에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고 끝없고 거대한 바람 소리가 난다. 이것을 해소(海嘯)라 한다. 우주의 숨 쉬는 모습의 하나이다. 화가의 붓 끝에는 그 생명의 숨소리가 들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에게 아름다움은 정기(精氣), 즉 우주 에너지의 충만함을 일컫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너지의 강물이 붓 끝에 넘쳐 쏟아질 때 나는 기쁘다” 며 대가의 삶을 마치 읊어주듯 이야기해 주었다.

“예로부터 화가의 일을 도룡(屠龍)이라 한다. 이는 ‘용’을 잡는다는 말이다. 가상의 동물인 용을 잡는다는 것이 어이없는 일 아닌가. 화가의 붓 끝이 절대 해방과 절대 자유에 도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환쟁이와 예술가의 길이 나누어진다. 때문에 화가의 붓 끝은 반드시 저 황홀한 초월의 경지를 거닐지 않으면 안 된다.”                                          

관련 기사

author-img
최보람
nikemeke@theartist.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홍익대학교 대학원, 2026 전기 신입생모집
  • 주방이 작품이 되는 하이엔드 키친 인테리어
  • 홍익대학교 대학원, 2024 전기 신입생모집
  • 6월 주목해야 할 추천전시#3 동화약품 여름생색 展: 2023 가송예술상 본선진출 작가10인전
  • 홍익대학교 패션대학원 2024년도 전기 수시 모집
  • 홍익대학교 패션대학원 2024년도 신입생 모집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100kg 넘던 여고생에서 현재는 화제의 몸짱 글래머 의사로 유명한 이분
  •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사진 1장에 낚여 하와이에서 사기 결혼한 1,000명의 한국 여성들이 한 일
  •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심수봉 또 폭로 목격나와…이번에는 일반인에게 “비꼬며 훈계”
  • 한때 유재석 보다 잘나가는 국민 MC였는데…방송일 끊껴 호소중인 방송인
    한때 유재석 보다 잘나가는 국민 MC였는데…방송일 끊껴 호소중인 방송인
  • 안좋게 이혼했지만…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를 낳은 前 연예인 부부
    안좋게 이혼했지만…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를 낳은 前 연예인 부부
  • 150억 계약 포기하고 여배우 여친과 혼전 임신 결혼 선택한 배우
    150억 계약 포기하고 여배우 여친과 혼전 임신 결혼 선택한 배우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