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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풍경은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이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당대의 문화를 집약하여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이 된다. 오늘날 길을 걷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음식을 먹는 일상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도심 속 풍경은 다름아닌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휴대용 모바일 기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 ≪디지펀 아트 : 도시 풍경≫은 우리에게 필수품 이상의 존재가 된 모바일 기기와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기존 미술가들에게는 새로운 예술적 도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마트 기기의 다양한 기능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영역의 창작 활동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전시명에 드러나는 ‘디지펀(DigiFun)’이라는 단어는 ‘디지털(Digital)’과 ‘펀(Fun)’을 합성한 단어이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2009년부터 아이패드 드로잉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왔듯, 붓과 물감 없이도 휴대용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장소와 전통적 도구에 제한 받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유희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다양한 시도를 하게 만든다.
본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모바일 디지털 기기를 작업의 새로운 매체로서 채택한 여섯 명의 현대미술가들(김용관, 김용철, 박광수, 이피, 홍경택, 홍승혜)의 작품으로 구성된 섹션이다. 이들은 태블릿 PC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각자의 작품 세계를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포토 콜라주, 드로잉, 시트커팅 및 스티커 설치 작업, 다채널 영상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은 모바일 기기의 기능과 애플리케이션의 발달로 인해 새로이 생겨난 분야로, 소위 ‘모바일 아티스트’, 혹은 ‘아이패드 아티스트’라 불리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김홍규, 안승준, 제레미 서튼, 조안 카터, 수잔 머타, 요르그 힌츠)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드로잉과 사진 작업 등의 활동을 꾸준히 선보이며, 그에 대한 토론의 장을 형성함으로써 디지털 창작 활동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이들이다. ●세 번째는, 남녀노소 모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기술원이 협력하여 제작한 드로잉 체험 공간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아날로그적인 드로잉 행위를 결합하도록 만든 ‘픽셀 스케이프(Pixel Scape)’는,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그 위에 드로잉을 하면 픽셀화된 이미지로 변환되는 작업으로, 간단한 행위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변화되는 흥미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마지막은 시민 공모전 섹션이다. 모바일 기기만 있다면 누구나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진행한 공모전에서 선발된 33명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모바일 드로잉으로 발현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고자 한다.
전시 외에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빅토리아&알버트 미술관 등에서 아이패드 드로잉 퍼포먼스 및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제레미 서튼(Jeremy Sutton)과 BBC 저널리스트이자 모바일 아트 및 모바일 포토그래피에 대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조안 카터(Joanne Carter)를 초청하여 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바일 예술 활동에 대해 듣는 시간 또한 마련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도 모르게 추구하고 있는, 혹은 이미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디지털 유희(Digital-fun)’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