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디아티스트

정체성에 관한 고찰, 그리고 아름다운 몸부림_조유리씨의 미술하는 삶

작가의 꿈을 꾸며 그림에 매진하는 청년들을 응원합니다.

[디아티스트매거진=윤지수] 지난달 필자는 청년들의 미술축제라고 불리는 아시아프(ASYAAF)에서 조유리씨의 작품을 보았다. 그녀의 그림은 검은 사각형과 직선들이 새겨진 종이 위에 그려져 있었는데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형식적인 서류종이를 떠올리게 했다. 친숙하고 가벼운 소재들은 문서형식의 종이에 기입되어 또 다른 관계를 형성했다. 익숙한 소재가 담긴 서류. 작가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윽고 필자는 그녀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미술 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유리씨의 미술 하는 삶

조유리씨는 현재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이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그녀는 예술학교를 다녔고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현재까지 <완전한 맨션>, <드로잉 전시>, < Sound Of Shout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올해에는 청년작가의 이름을 걸고 아시아프에 출전했다.

   
▲ 아시아프(ASYAAF)출전 당시 작품 사진

정체에 대한 기억, 무너짐, 그리고 탐구

우리는 삶에서 자신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들을 만난다. 대게 이러한 순간은 나를 정의 내렸던 것이 무너질 때 온다. 정체성은 기억이라는 조각위에 새겨져있기 때문에 평소 우리는 기억에 의존하여 스스로를 정의 내리곤 한다. 그런데 기억은 변질되는 속성이 있다. 기억을 묶어두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는 기록을 한다. 그러나 기록 또한 나의 정체를 증명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렇게 정체성을 만들고 기록을 통해 기억하고 그것이 무너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내가 알던 나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고, 또 탐구하는 과정은 나의 정체를 확고하게 만든다.

   
▲ 아시아프(ASYAAF)출전 당시 작품 사진

정체의 충돌과 질문

어느 날 책상 속 서랍에서 과거의 내 사진을 꺼내보게 되었다. 사진 속 나를 진짜 나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신분증에 담긴 내 사진과 나에 대한 정보를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리씨의 작품은 이러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에 대한 기록들이 과연 나를 증명하는 것들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의 정체는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물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만 갔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서류용지에 하나하나 담았다. 서류용지는 사회에서 정의내리는 ‘나’를 상징한다. 그리고 서류 위에는 자신의 정체를 유추할만한 단서들을 그렸다. 이 단서들은 그녀에게 매우 친숙한 생활 속 소재들이다. 작품 안에서 형식과 소재는 서로 그 의미가 충돌한다. 각자의 정체가 충돌하는 것이다. 정체는 충돌하며 무너지고 질문한다. “나의 정체는 무엇인가?” 라고.

   
▲ 유리씨 작품 사진

아름다운 몸부림. 고통스러우나 가치 있는 과정.

우리는 매순간 몸부림치며 살아간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분투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분투한다. 그러나 그 중심에 나 자신이 빠진다면 헛된 몸부림일 것이다. 따라서 가치 있는 몸부림은 나를 중심에 두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온다. 내 정체를 탐구하고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조유리씨의 작품은 이러한 아름다운 몸부림을 보여준다.

유리씨는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나 그녀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이다. 지금 그녀는 정체를 탐구하고 그것을 다시 세우는 과정 속에 있다.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아름답게 몸부림치고 있는 유리씨에게 응원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 조유리씨 작품 사진과 동영상

이미지출처: 작가 인스타그램 ‘YURIKONGYURI’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