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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나가면 개고생 빨간머리P, 초록머리S, 노란머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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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명진]
2015년 봄, 무료한 4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취준생이라 불리고 있었다. 휴학을 해서 동기들보다 1년 늦어진 4학년 생활은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학교-집의 반복에서 오랜만에 절친한 대학동기 P와 S를 만나게 되었다. 출판사에 인턴으로 있는 P와 방송작가로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S에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들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밥 한 끼 정도는 거뜬하게 사줄 수 있는, 나에게 ‘어른’이란 것은 그런 개념이었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점점 오르는 취기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와 달리 P와 S의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전공을 살려 문학과 가까이에 산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수당 없는 야근에 찾아주는 이 없는 타지에서의 삶, 문학 외의 잡다한 일들이 주를 차지하고 자신을 가꿀 시간도 사라진 그들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나보다 앞서 나가는 듯 보였던 그들은 오히려 내 삶을 부러워했다.
“나도 1년만 유예할 걸…….”
어느새 소주병이 테이블 위를 가득 메웠다.
서로의 사정을 다 털어놓고 나니 우리는 다시금 20살의 꿈을 좇던 학생으로 돌아갔다. 그 당시 나는 그림에 소질은 없었지만 취미생활로 타블렛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순간, 나는 20살의 패기 넘치던 나로 돌아가 외쳤다.
“우리 서울에서 예술 한번 해보자!”
나보다 더 과한 패기의 P와 S는 기다렸다는 듯 ‘콜!’을 외쳤다. 우리는 속전속결로 계획을 짰다. 이 모든 것은 불과 2달 전의 이야기였다.
2달 후, 백수로 만난 우리는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서울 물가는 상당히 비쌌다. 그래도 우리는 처음 계획하던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조건*
– 작업실과 침실을 세명에서 공동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큰 방. (되도록 쓰리룸)
– 채광(반지하X)
– 80만 원이 넘지 않는 월세
–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위치
이런 조건에 맞추다 보니 처음 꿈꾸던 서울 중심가(번화가)에서의 자취는 꿈도 꿀 수 없었다. 2-3주 여기저기 다니고 자취방 사이트로 유명한 카페도 뒤적거렸지만 뭔가 하나씩 부족했다. 가령 깔끔하고 예쁜 집은 방이 세명에서 공동공간으로 이용할 정도로 넓지 않았고, 넓은 방을 가진 곳은 돈에 맞추려니 반지하가 대부분이었다. 점점 지쳐가면서 이제는 조건들을 하나씩 포기하며 집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번화가지만 골목이 어두운 곳, 방은 작지만 쓰리룸인 곳, 방은 큰데 반지하인 곳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집을 구하는 게 급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번뜩 들어온 집이 있었다. 역에서 5분, 쓰리룸, 3층, 채광 좋다는 조건이었다.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각자 떠나기 위해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라 실제 집은 인턴으로 서울에 있던 P 혼자 보러 갔다. 들떠서 쉴새없이 카톡을 보내는 P를 보며 우리도 덩달아 들떴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결국 그날 우리는 집을 질렀다.(선금을 넣었다) 조건에 충족되었고 깨끗한 모습에 다른 부분은 따져보지도 않았다. 그러고 7월 1일 입주날이 되었다.
4시간 30분에 걸쳐 도착한 터미널에서 30분을 더 가면 우리의 보금자리였다. 터미널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와, 내가 진짜 서울에 왔구나.’
한 걸음씩 발을 떼는데 유난히 큰 진동소리가 들렸다. 웅-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휴대폰인가 하며 넘겼는데, 지하철로 가기 위한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내 아래로 꽂혔다. 내 몸집만 한 캐리어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택배비를 아끼겠다며 캐리어에 넣었던 청소기가 장시간의 이동에 켜진 것이었다. 그때부터 흐르는 식은땀과 동시에 1년 전 여행 때 설정해놓은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평생 쓸 거라며 아주 좋은 캐리어를 산 덕분에 어떤 수법을 써도 가방은 열리지 않았다. 길거리에 주저앉아 독립선언하고 나온 지 5시간 만에 다시 부모님께 연락을 했다. 거기에도 답은 없었다. 전남자친구 생일, 부모님 결혼기념일 등을 넣어도 되지 않았다. 결국 청소기가 제 힘을 다해 꺼질 때까지 놔두기로 결정했다.
그다음 문제는 개찰구를 통과할 때 일어났다. 부산과 서울은 노약자가 통과하는 개찰구가 다르게 생긴 게 원인이었다. 나는 문으로 막혀있는 개찰구는 교통카드로 통과하는 게 아닌 거 같아 억지로 캐리어와 함께 일반 개찰구를 통과하려 시도했다. 그러다 혼자 들어온 상황이었다. 다행히 좋은 시민분이 넓은 개찰구로 내 가방과 함께 통과해주었다. 오자마자 정신없는 상황들을 겪으니 갑자기 불안함이 밀려왔다. 그 불안함은 자취방이 있는 동네에 도착하면서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시장통의 풍경, 골목에서부터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집이 나왔다. 문을 여는 순간,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전세입자의 살림이 들어차있던 집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오래된 집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일단 집 전체적으로 곰팡이가 가득했다. 문짝도 강아지를 길렀는지 할퀸 자국이 많았고 싱크대 안을 여니 내려앉아있었다. 이미 계약도 끝나고 전세입자도 멀리 떠난 상황이고 심지어 주인은 이 집을 앞으로 계속 세놓을 게 아니라 더 이상의 보수작업이 불가능하다며 개인적으로 수리하는 건 상관없으니 알아서 해달라며 자리를 벗어났다. 덧붙여, 원래 이사를 오면 다 이 정도는 청소하고 지낸다며 이 곰팡이 소굴을 당연하게 말했다.
방세칸 딸린 집에서 우리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겨우 신발장 옆이었다. 그때 창문 너머로 지고 있는 해가 보였다. 작은 베란다에 난 작은 창에 담긴 동네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예술이었다. 오르막길을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그래! 우리 이 집 한번 바꿔보자. 개조해서 잘 살아보자. 살면서 음식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고 살림 한번 배운 적 없는 우리가 인테리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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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나가면 개고생 최근에 찍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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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자취방을 구하게 된다면,
기본적인 건 대부분 인터넷에 나와 있어요.
그 외 조금 오래된 집에 입주하려는 분들은 이것도 점검하면 좋을 거 같아요.
1. 싱크대 밑의 상태도 점검! (서랍장 등등 보수 받아야 할 부분을 미리 살펴보세요.)
2. 화장실 세면대가 막혔는지. (저희 집은 아직도 완벽하게 뚫리지 않았어요.)
3. 보일러가 잘 되는지(안 되면 귀찮게 또 주인분에게 이야기하고 상의해야 해요.)
4. 장판의 상태(저희 집은 옛날 장판을 들어내지도 않고 그 위에 새 장판을 깔아서 제대로 붙어있지 않아요. 상당히 난감합니다.)
5. 문틀이나 창문 근처, 화장실 곳곳의 실리콘에 핀 곰팡이(분명 계약시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입주하니 심각하게 보이고 오래 눌어붙은 곰팡이는 제거되지 않아요.)
* 결론은 부동산을 끼고 집을 구하는 게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서 했거든요. 초보자 주제에..

